몇 년 째인지는 모르겠으나 6년도 더 넘은 것 같다.
내 카톡 알림말이다.
도리불언 하자성혜. 해석 그대로 하자면
복숭아 도(桃) / 아래 하(下)
오얏 리(李) / 스스로 자(自)
아니 불(不) / 이룰 성(成)
말씀 언(言) / 지름길 혜(蹊)
복숭아 나무와 오얏(자두)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아래는 자연스레 길이 생긴다.
라는 정도의 뜻으로 해석 할 수 있겠는데, 사마천의 사기(史記), 이광장군의 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어렸을 적, 채치충의 저서인 "만화로보는 중국고전" 이 있었는데, 그 중에 어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서유기와, 후서유기 그리고 대취협, 정도 였다.
나이가 들어 대학을 다닐 때 쯤에는, 논어와 소학, 대학, 중용, 사기 등 그 이외의 책들을 몇 번 읽어보기는 했는데,
그 때 마다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읽었다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요즘은 책을 멀리하긴 하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중국만화고전을 다시 모으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고전 읽기를 좋아하는데,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오래된 책이니까,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온다면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먹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도리불언 하자성혜에서 어디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만약 다른 카톡 알림말을 해놓는다면, 뭐가 좋을까 딱히 생각은 안해봤는데,
한다면 May the force be with you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의 가사 중 하나인 "I love you more than anyone in my life"정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말이다.
나는 말이 많은 편이다. 또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말이 많은 편이기에 종종 악의 없는 말실수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나도 잘 안다. 입이, 내 주둥아리가 문제라는 것을.
근데 또 알면서도 고치는게 쉽지 않더라, 말을 아예 안할 수 도 없는거고 또 나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고, 어색해지는건 더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카톡알림말을 도리불언 하자성혜로 설정해 놓았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이가 들 수록 인간관계에 어느정도 현타가 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사람 좋아하고, 말도 많고 정도 많은 나의 Identity가 요즘 부쩍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나의 처신을 어떻게 해야하는가.
말을 아예 안하고 살 수 없지 않은가, 자발적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하는가?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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