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어제 최종불합격한 친구를 만났다.
나는 그에대한 이미지가 딱히 좋지 않았기에 며칠 전 그를 보았음에도, 어제도 마주치기 전에 그를 보았음에도 못 본 척 하고 넘어갔었다.
뭐랄까, 그는 자신의 실력에 대해 항상 자신만만하는 이였고, 조언을 구하는 남들에게 조언보다 질타를 하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었던 것 같다.
필기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축하의 마음과 함께, 체력을 잘 할 수 있을 까 라는 마음도 앞섰다. (체력이 조금은 약했던 친구였기에)
얼마나 얄궂은 생각인가. 정작 나는 필합도 못해봤으면서 남의 인생에 오지랖이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애써 못본척 하는 나의 마음을 뒤로 하고, 정면으로 그와 딱 마주쳤다. 그는 반갑게 “오랜만이에요, 아~ 나 최불했어요”
라고 손을 건넨다.
“너무 맘 상해 하지 말아요, 이번에는 더욱 확실하게 합격할 테니”
“저는 괜찮아요,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 아마 같이 합격해서 같이 오라고 절 떨어뜨렸나봐요”
그의 멋쩍은 웃음에서 나오는 모습은 문득 그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나는 아무 말도 답할 수 없었다.
그 순간 밀려오는 부끄러움이란.
다음 달 부터 그가 같이 학원에 다니게 될 것이고,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다.
중요한건 내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
상대에 대하여 1%도 모르면서,
스스로의 프레임에 갇혀 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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